뭐라도 쓰자/각종 리뷰

[리뷰/방송프로그램] '행진' (2부작. SBS. 2013.0215/0222)

멜로마니 2013. 2. 27. 20:31

 

 

 

 

 

'행진' │ SBS │ 연출 : 서혜진

 

출연 : 이선균. 유해진.장미란. 강필석. 김민식. 김수환. 김홍수. 김해용. 오정세. 윤종구. 윤희석. 이동용. 정은채. 최재영. 홍성보

 

 

오랜만에 좋은 TV프로그램을 만났다. 들국화의 노래 '행진'처럼 국토대장정을 컨셉으로 이선균과 유해진을 필두로한 친구들의 6박 7일간의 이야기. 특별 출연으로 지난 1월 은퇴한 장미란씨가 나와주어 더욱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또 행진 중 중간중간 합류한 배우 오정세, 윤희석씨도 신선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다. 유명 배우, 아이돌에 매몰된 TV 프로그램들 속에서 새로운 얼굴과 진솔한 이야기는 차가웠던 내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줬다. 매일매일 TV를 틀기만 하면 나오는 인기배우,연예인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TV라는게 오직 스타들을 위한 전유물은 아닌건지, 그 그늘에 가려진 선택받지 못한 배우와 연기자들의 어려움은 어떨지 생각해봤다. 그런 질문들을 던져주는게 '행진'이라는 프로그램의 가치인 것 같다.

 

의도적으로 비교하려는건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은 하정우,공효진 주연의 영화 '577 프로젝트'와 유사한 컨셉이다. 호스트역할을 하는 배우가 친구들과 함께 국토대장정을 하는것을 기본으로 '577 프로젝트'는 코믹적 요소에 집중하는 반면 '행진'은 잔잔하면서도 가슴따뜻해지는 드라마적 성격을 가진다. 여러가지를 비교했을 때 개인적으로 '행진'이 참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걷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오래된 동료들과의 편안함과 애틋함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한 고민들이 국토대장정을 하는 의도와 그 과정안에 잘 녹아든다. 함께 걸으며 울고 웃고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모습은 하나의 감동을 만들어낸다.

 

 

 

 

장미란 선수를 위한 은퇴식 기념 서프라이즈 이벤트, 즐거운 식사시간, 배우 윤희석의 특별이벤트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건 한계령 내리막길에서 보여준 배우 유해진, 이동용의 끈끈한 정이었다.  무명시절을 함께하고 어려움을 나눴던 둘의 모습은 '배우'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 이미 유명배우가 된 유해진은 아직도 어렵게 작품활동을 해가는 배우 이동용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왜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한지 모르겠다고 하며 눈물을 흘리는 유해진 옆에 배우 이동용은 울면서 웃는다. 항상 웃음가득한 그의 얼굴에서 눈물이 흐를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이 언제나 화려하고 주목받는일이 아니라는걸 느낀 순간이다. 오히려 그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묵묵히 '배우'라는 꿈을 온몸으로 실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감동하고 뭉클했다. 앞으로도 그들의 인생에 더 관심갖게 될 것 같다.

 

'행진'은 이렇게 여지껏 접하지 못했던 '배우'가 가진 삶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단순히 시청률때문에 소수의 인기연예인들을 중심으로한 킬링타임용 프로그램이 늘어나는것에 결사반대다. 다양한 취지와 사람들을 담아낸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을때 시청자들은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고 TV는 바보상자를 벗어날 수 있다. '행진'을 시작으로 이런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 사진 출처 : http://movie.daum.net/tv/detail/main.do?tvProgramId=62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