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여신 │ SBS │ 주말드라마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아니, 드라마를 싫어한다. 요즘 TV 드라마를 보고있으면 현실과 너무나 다른, 동떨어진 세상이 보인다.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재벌과 결혼을 하는가 하면, 막장시부모를 만나 마음고생을 하지만 결국 모든건 해피엔딩이다. 정말 그럴까. 삶이 그렇게 해피엔딩일까. 요즘의 드라마는 사람의 환상만을 부풀리는 역할만을 하는 것 같다. 드라마를 통해 현실의 고달픔, 인생의 고달픔을 느끼는것 보단 환각제처럼 현실을 잊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의미에서 '결혼의 여신'은 병맛중의 병맛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이 리뷰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드라마를 보진 않겠지만,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생각을 남기고 싶다.
꼬박꼬박 챙겨보진 않았지만, 여기엔 크게 네 커플이 등장한다. 커플 설정부터 비현실적이다. 주인공 송지혜(남상미)는 사랑하지도 않는 검사 강태욱(김지훈)과 오랜 연애를 한다. 그리고 결혼이 가까워올 무렵, 우연히 여행에서 낯선남자 김현우(이상우)를 만나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마음이 흔들린다. 그렇지만 강태욱은 집착과 사랑 사이에서 송지혜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그렇게 둘은 결혼한다. 이부분에서 주인공 '송지혜'의 갈등과 고민이 같은 여자로서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남자의 조건보다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녀가 사랑도 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왜 똑부러지게 결혼을 선택하지 못할까, 그렇게 남자에게 끌려다니며 스스로의 결정을 미루고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는 모순덩어리다. 자신은 기업가의 며느리가 되기 싫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결혼까지 한 모습에 기가 찼다. 그렇게 현실 속에서도 여성은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존재일까? 무기력한 여성의 모습을 오히려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그럴수록 픽션은 현실과 멀어질 뿐이다.
나머지 세 커플속엔 각기다른 스타일을 가진 세 여인(이하 드라마 인물 이름 생략. 귀찮음)이 등장한다. 이태란의 경우, 재벌가에 시집와서 시어머니와 집안의 하녀노릇을 하며 이악물고 살아간다. 남보기좋게 살아가는 것, 재벌로 살아가는 것을 야심차게 목표로 하고 있기에 막장시어머니의 시집살이에도 참고 참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처음 드라마를 봤을땐, 그나마 이 드라마 속 여자들 중 괜찮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결국 이여자 역시 안타까운, 그리고 무지한 여성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무지하다기 보다 현실 속 재물과 돈에 눈 먼 여자들을 세련되게 포장하기만 했을 뿐 결국 지리하고 편협한 시각으로 여성을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두 여인은 같이 이야기 하겠다. 길게 이야기하고싶지도 않고 두 여인이 한 집안의 첫째, 둘째며느리이기 때문에. 먼저 첫째 며느리 조민수는 화려한 경력의 커리어 우먼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할 말은 하고 살아가는 화끈한 여자다. 둘째며느리 장영남은 곰같은 가정주부다. 남편이 바람을 펴도 오히려 눈물을 흘리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신파극을 벌인다. 이 둘에겐 역시나 막장 시어머니가 존재한다. 둘째아들의 바람을 버젓이 보고도 며느리를 나무라고 아들을 추켜 세운다. 그리고 첫째 며느리의 회사생활을 비아냥거린다. 난 이부분에서 폭발했다. 그리고 동시에 궁금했다. 정말 작가가 쓰려고 했던건 무엇이었을까? 막장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었을까, 아니면 진부하고 닳고 닳은 여자들 이야기였을까?
이제 지친다. 사회 속 많은 일들에서 여자는 '수동형'이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더욱 그렇다. 바람을 피는걸 당해야 하고, 같은 여자이지만 절대 이해할 순 없는 '시어머니'란 존재에게 무시받아야 하며 아내로써, 여자로써 남편을 도와야 하고 모든것을 인내해야 한다. 난 이렇게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오히려 현실을 '재생산'한다고 생각한다.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인 사건들을 통해 여성을 더욱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고, 그안에 빠져 자립할 수 없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한가닥의 희망도 가져본다. 작가가 이 드라마를 통해 '결혼'이 결국 여성에겐 무덤과 같은 것이라는 경고메세지를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하지만 그러기엔 환상과 막장만이 난무한다. 만약 남은 에피소드들에서 이 네 커플 속 여성들이 정체성을 찾고 스스로의 삶을 되찾는 모습이 나오게 된다면, 내 평가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럴일은 없을 것 같다. 앞으론 한 컷도 볼 생각이 없으니까. 스스로 똥통에 빠지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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