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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강연] 작은책 2월호, 윤구병과 함께하는 거짓말 잔치

멜로마니 2013. 2. 17. 00:50

 

 

 

 

 

작은책 2월호, '윤구병과 함께하는 거짓말 잔치'에서 발췌

 

 

 

지금은 문화 혁명이 필요한 때 中

 

.. 제가 전에 그런 이야기를 몇 차례 한 적이 있습니다. "사회 혁명이 이루어지기 전에, 전체적인 혁명이 이루어지기 직전에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게 있는데, 바로 '문체 혁명'이다. 지식인들 대부분이 열에 아홉은 체제에 순응하고 체제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사람들입니다. 특권을 대변하기 때문에 자기네들끼리만 소통하는 글을 쓰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특수한 말의 통로를 마련하지요, 그래서 민중들은 까막눈이 되는 것이 자기들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길입니다. 그냥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을 '담론'이라고 말하고, 세 살 아이들도 알아들을 수 있고, 시골에 있는 까막눈 어르신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정치 민주화, 경제 민주화 이런 말 않는다는 거죠. 되도록 어려운 말을 합니다. 도움이 될 거야 하고 생각하도록 말을 하는 못된 버릇이 붙어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전부 속고 있는 겁니다.

 

 

중국 문화대혁명의 재조명 中

 

.. 지금 중국공산당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 문화대혁명 세대입니다. 이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적인 시장 경제라는 괴물 경제를 유지하면서 빈부 격차는 심해지고, 부정부패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심하지만, 미국과 맞장 뜨겠다는 국력을 기를 수 있는 것, 60년 이상 무너지지 않고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것이죠.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중반까지, 중국 공산당 요소요소에 문화대혁명 때 하방 당했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생산현장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애환이 어떤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중국은 진시황 때 짧은 시간에 통일이 되지요. 그리고 민족도 여러 민족인 데다가, 저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계속해서 찢어져 있던 나라입니다. 중국공산당이 지금 60년 이상 통일된 나라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힘은 문화대혁명이 바탕입니다. 지금 문화대혁명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으 연구들이 진행될 겁니다.

 

 

건강한 생산 영역인 농촌을 살리자 中

 

지금부터 5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생산력은 전부 먹고 입고 자는,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건강한 생산영역이 열에 아홉 이상을 차지했고, 이들이 단결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세우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건강한 생산 영역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건강한 생산 영역의 가장 중요한 영역인 농촌은 급속도로 붕괴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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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은 암담합니다. 노동자 가운데 80~90퍼센트 이상이 건강하지 않은 생산 영역에 종사하면서 덫에 갇혀 있습니다. 최루탄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 화생방 무기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 몸에 해로운 식품 첨가물을 만드는 공장 노동자들이 청계천 피복 노동자와 단결을 해서, 혹은 농어민과 단결을 해서 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겠어요?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데 어떻게 단결을 해서 세상이 바뀌겠습니까. 단결? 불가능합니다.  

 

.. 그런데 전쟁이 벌어져야 회사가 잘되고,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쳐야 자기 회사에서 나오는 제품이 많이 팔려 나가는 이런 사업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단결하겠어요? 세계 평화와 인류 건강을 위해서는 실제로 자기가 일하는 직장을 벗어나야 합니다. 벗어날 수 있겠어요? 없습니다. 우리는 거대한 덫에 갇혀 있어서 그런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살 길이 없어요. 그런데도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얘기죠. 지금 남아 있는 건강한 생산 영역으로는 농촌이 있습니다. 그리고 농촌은 일손을 요구하고 있고, 일손이 어느 곳보다도 아쉬운 곳이에요. 민주 정부가 들어서는 시대가 와도 지금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는 아이들 절반 이상을 농촌으로 본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에요. 그런데 그걸 모릅니다. 거의 유일한 식량 수입원인 미국에 기대서 그대로 살자고 그럽니다. 다국적 식량, 다국적 기업에 의존해 살자고 합니다.

 

누구나 알아듣는 말을 써야 민주 세상 온다 中

 

세 살 아이도 알아듣는 말로, 까막눈도 알아듣는 말로 대답하세요. 그래야 민주 세상이 와요. 거짓말은, 없는 것을 있다고 하거나 있는 것을 없다고 하는 거에요. 참말은, 있는 걸 있다 그러고 없는 걸 없다고 하는 거죠. 이렇게 참과 거짓을 가리는 기준은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잇는 말로 내놓아야 합니다. 유식한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서는 민주 세상 절대 안옵니다. 그러면 어떤 때 우리는 '좋다' 그러고, 어떤 때 '나쁘다' 그러죠? 저렇게 머리를 굴리는 걸 보면 교육을 잘못 받았다는 것이 단번에 드러나요. 있을 것이 있고 없을 것이 없으면 좋고, 있을 것이 없거나 없을 것이 있으면 나쁘죠, 안 그래요? 우리 몸의 병, 없을건데 있으면 나쁘잖아요. 배고픈데 밥 있어야 할 거죠? 없으면 나쁘잖아요. 참과 거짓, 좋음과 나쁨을 가리는 기준이 누구나 알아듣는 말로 규정되고 정의될 수 있어요. 그걸 빼놓고, 진리가 뭐냐 허위가 뭐냐 선이 뭐냐, 악이 뭐냐 이따위로 질문하는 것을 일삼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바른 답변을 하라고 강요 받아 왔기 때문에 우리는 멀쩡히 알면서도 까막눈이 된 겁니다.

 

 

..평화 혁명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리고 평화 혁명을 일으키는 징검다리는 문화 혁명에 있습니다. 건강하지 않은 생산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건강한 생산 영역으로 보내고, 건강한 생산 영역에서 일하는 동안에 건강한 문화를 되살리는 일, 그리고 새로 만들어 내는 일, 이게 지금 필요해요. 글과 그림, 노래와 춤, 하다못해 개그와 코미디 영역, 연극, 영화에 이르기까지 건강한 문화들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내고, 건강한 문화 속에서 즐겁게 춤추고 노래해야 합니다. 거기에서 생기는 힘으로 이 세상을 바꾸 내야 하고요. 이것은 저 먼 꿈 같은 얘기가 아니라, 건강한 생산 공동체에서 지금도 이루어지는 일이고 앞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우연히도, 연달아 읽은 글들에서 농부철학자 윤구병씨를 접하게 되었다. 한겨레 1월 23일자 '박근혜님에게'라는 특별기고를 읽고(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70968.html) 연이어 작은책 2월호를 읽었는데, 마침 특집으로 윤구병씨의 강연이 있었다. 단 두 글로 이 분을 접했지만, 강연 기록에 담겨있는 그분의 가치관과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 시각이 날카로워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건강한 한국을 꿈꾸는 이 분의 생각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