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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나와서 한강 둔치 주차장까지 걸어갔습니다. 굉장히 오래 걸어갔는데, 날씨가 꽤 추워서 여의도에는 칼바람 불더라구요. 무스탕을 입고 갔는데도 몸이 떨릴 정도로 추웠어요.
칼바람 맞으면서 쪼끔. 울었습니다.
억울해서.
아니 일하는 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 추운데 나이도 육십 가까운 사람들이 천막 치고. 난로도 없이 40일 넘게 굶어가면서. 한 명 쓰러지면 다음 사람이 이어 굶으면서 시위를 해야 돼요?
와.. 진짜. 젊은 시절 다 바쳐서 명품 기타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산업 재해에 박봉에 난리가 나도 열심히 일한 사람은 회사 다 짤리고 길바닥에서 싸워, 사장은 생산 노하우 만들어준 직원 다 짜르고 싼 맛에 동남아로 공장 옮기고 연 100억 씩 벌어, 근데 여당 대표라는 사람은 일하는 애들이 강성이라 한국 회사 망했다고 거기다 욕을 해. 진짜 더럽더라구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미안해서. 부끄러워서 울었어요.
나도 회사생활하고 사회생활하면서 더러운 꼴 봤다면 꽤 봤고, 당했다면 꽤 당했는데, 난 나보다 힘 있고 돈 있는 사람하고는 한 번도 재대로 안 싸웠거든요. 매번 피하고, 흘리고, 숙이고. 도망쳤지. 싸우면 힘드니까. 돈을 못 버니까. 피해를 보니까. 적당히 잘 넘어가고. 되는대로 피해가고. 난 그게 사회생활하는 건 줄 알았어요. 근데, 이 형들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구요.
10년 싸운 사람들.
싸우는 게 이기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 45일씩 금식하고 실려 간 사람.
실려 가자마자 뒤를 이어 단식하는 사람. 같이 싸우자고 같이 굶어주는 사람.
사람 챙겨주고 웃게 해주는 사람. 매번 달려와 싸워주는 사람. 이 사람들과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의 흔적들.
그 사람들 만나니까, 알겠더라구요.
아 나는 그냥 도망친 거구나. 이 사람들이 내가 도망친 데서 싸우고 있었구나.
니가 아무리 힘이 있어도, 돈이 있어도, 사람 함부로 대하면 가만히는 안 있겠다고, 10년을 싸워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도 남들이 신경을 안 써줘도 이겨도 얻을 게 없어도, 니가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한은 되도 않는 소리를 하는 한은. 절대로 그냥 숙여주지 않을 거라고.
내가 한 번도 안 싸우고 도망친 곳에서. 그 형들이 싸우고 있었어요.
10년을 계속.
당신의 싸움을 지지합니다. 함께 하기위해 뭐라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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