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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경향] 싼 게 비지떡: 선별복지의 함정 - 이정우

멜로마니 2015. 4. 2. 01:15



오피니언 전문 읽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331204326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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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주의와 비교할 때 선별주의는 우선 예산이 적게 들어 보이지만 결코 싼 게 아니다. 가난한 사람을 선별하는 데 큰 조사비용이 들고, 선별에서 빠진 어려운 사람이 발생하고(송파 세모녀 사건),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 속여서 나랏돈 빼먹는 부정이 생기고, 선별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낙인효과), 복지는 가난한 달동네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 나하고는 상관없다는 반복지 의식을 함양하고, 국민들이 세금 내는 것을 거부하게 만들어 복지국가 건설을 방해한다. 그래서 선별주의 복지를 하는 대표적 국가인 미국은 아직도 복지기피국가로서 사람들 살기가 어렵고, 사회가 불평등하고 사람들이 모래알처럼 흘어지고, 거리에 거지가 많고 범죄도 많은 나라다. 


그러니 선별주의는 결코 싼 게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그에 비해 보편주의를 하는 북유럽은 훨씬 평등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다. 선별주의를 하는 나라보다는 보편주의를 하는 나라의 재분배 효과가 크고, 소득분배도 양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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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선별주의가 우선 돈이 적게 들어 좋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왜 군대는 무상급식을 하나? 왜 우리나라 초등교육은 소득을 조사해서 교육비를 차등 부과하지 않고 무상 의무교육을 하나? 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은 보편주의를 하나? 미국은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국민이 전체의 15%나 되는 선별주의를 하는 나라인데, 우리는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는 보편주의다. 의료보험에서 미국식 선별주의와 한국식 보편주의 중 어느 것이 좋은지 물어보면 선별주의를 지지하는 우리 국민은 아주 소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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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사는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밥 먹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글쎄. 누가 봐도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자 밥도 먹는 곳이다. 학생들이 밥 먹는 일은, 특히 모두 둘러앉아 같은 밥을 먹을 때에는, 좋은 공부가 된다. 

왜 밥과 공부 둘 중 하나만 하라고 강요하는가. 홍 지사 어법을 빌리자면 미국 출장은 일하러 가는 것이지 골프 치러 가는 게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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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아주 시원한 오피니언을 만났다. 요즘 일고 있는 무상복지 논란을 단칼에 잠재워줄 수 있는 글이다. 복지에 '유상'이 있고 '무상'이 있을까?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당당히 누리는게 복지 아닐까? 한국에선 '복지'라는 개념이 전혀 잡혀있지 않다. 한번도 제대로 해본적도 교육 받은 적도 없으니 그럴수 밖에. 복지는 정부가 한없이 베풀어주는 은총이 아닌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은 4대강 사업이랍시고 수십조를 쏟아붙고 수천억대의 방산비리를 저지르라고 있는게 아니다. 우린 모두 개개인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복지'라는 공공 서비스를 받기 위해 세금을 낸다. 홍준표 지사가 아이들 밥먹이는 걸 참 이상한 논리로 끊어버리고 정작 본인은 당당하게 미국에서 골프를 즐기고 오신걸 보니 대한민국이 미쳤구나 싶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나라 운영을 이런 사람에게 맡기고 있다니, 이걸 바꾸려면 방법이 투표밖에 없다는게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