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여행

[국외/러시아여행/겉절이번외편] 상트페테르부르그 -> 모스크바 2008년 여름

멜로마니 2013. 2. 24. 02:15

 

 

 

 

 

 

 

 

 

다음날, 아침먹고 호스텔에서 나와 그 근처 전통시장 구경, 슈퍼마켓 갔다가 쌍뜨로 날 데려다줬던 미니버스 운전사 아저씨를 우연히 만나고 신기해한 후 짐을 가지고 나와 기차를 타기위해 다시 어제처럼 기차역에 왔다. 비장한 각오와 함께

 

 

 

 

 

 

 

 

 

 

 

 

 

 

 

 

 

글자도 모르고 말도 모르고 괜히 똥줄타서 2시간전부터 와서 대기탔음. 할일없어서 '이좃-리 에땃 뽀-이스포 브마스끄부-?'(모스크바행이 맞습니까?) 이 문장만 계속 외웠다. 나름 써먹기도했고

 

 

 

 

 

 

 

 

 

 

 

 

 

 

 

 

 

 

 

 

글자는 모르지만 전광판 보면서 눈치보기. 나중엔 눈치보다가 경찰아저씨들한테 회화책 이용해서 물어봤다. 물론 못알아들었지만 눈치껏 행동했음. 신문읽는 아줌마 얄밉게 잘나왔네

 

 

 

 

 

 

 

 

 

 

 

 

 

 

 

 

 

 

여기로 내 기차가 올거야...

 

 

 

 

 

 

 

 

 

 

 

 

 

 

 

 

 

기다린 보람일까. 무사히 기차를 잘 탔다. 지금생각해보면 어떻게 탔지 싶은데 다 쓰잘데기없는 걱정인듯. 티켓 읽는 법을 호스텔 언니에게 물어봐둬서 수월하기도 했다.

암튼 다 그때그때 어떻게든 되게 되어있다(?)

 

 

 

 

 

 

 

 

 

 

 

 

 

 

 

 

 

 

 

내가 탄 4인용 꾸베. 다행히 2명밖에 없어서 편했다. 나름 비쌌어..1000루블 넘었던거같은데. 근데 독일에서 타고다녔던 침대칸보다 훨씬 포근하구 좋았다. 다만 바로 맞은편에 영어 못하는 러샤 아저씨 있어서 뻘쭘했을뿐.. 셀카찍고 그러는데 이상하게 쳐다봤음

 

 

 

 

 

 

 

 

 

 

 

 

 

 

 

 

오홍홍홍 출발. 지금봐두 그때기억에 괜히 설렌다

 

 

 

 

 

 

 

 

 

 

 

 

 

 

 

 

타자마자 도시락타임. 쿄쿄 나름 깨알같았다. 맛있었는데. 도시락 구성은 밥, 탄산수, 빵 2개, 햄, 커피, 초코렛바로 구성. 아침에 샀던 요플레와 함께 훌륭한 점심식사가 되었다.

 

 

 

 

 

 

 

 

 

 

 

 

 

 

 

 

삶은 연어와 게살이 버무려진 밥. 나름 맛있었다.지금보면 맛없어보이는데

 

 

 

 

 

 

 

 

 

 

 

 

 

 

 

 

 

하늘은 푸르고나.. 밥 두둑히 먹고 멍하니 바깥구경. 도시락 주시믄서 같이 커피 마실수있는 컵도 주시구 아주머니가 돌아다니면서 커피 넣어주시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유치해서 그런가 나이먹을수록 그런 재미에 기차를 타는거같다. 컵두 너무 이뻤음. 30살 먹기 전에 시베리아 횡단열차 꼭 탈거야.

 

 

 

 

 

 

 

 

 

 

 

 

 

 

 

 

 

8시간의 장거리 이동인데두 나름 좋았다 뭐. 음악 질리게 듣고 , 모스크바 미리 책도 읽어보고, 일기도 쓰고, 바깥 구경하고, 맞은편 러샤 아저씨 관찰하고,. 할일없이 노니는 이런 순간들이 피곤한 일상속에서 많이 생각난다. 유난히 그립다.

 

 

 

 

 

 

 

 

 

 

 

 

 

 

 

 

 

셀프웰컴. 모스크바 도착. 밤 9시지만 고맙게도 해가 지지 않는다 러샤는. 근데 호텔 찾아야되는게 막막해져서 갑자기 두려워짐.. 앞에 사람들은 다 어딘가 보금자리를 가겠지.. 홀로 남겨져서 무섭고 앞에 가는 사람들 부럽고 그랬던 순간.

 

 

 

 

 

 

 

 

 

 

 

 

 

 

 

 

 

 

나중에 짐 다 버리고 맨몸으로 다니다가 한밤중까지 호텔 못찾을뻔 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런것도 있는 것 같다. 여기 너무 무서워.. 진짜 쌍뜨랑 달라.. 뭔가 무서워.. 무서워서 두려움에 떨면서 호텔 찾으러 다닌듯

 

 

 

 

 

 

 

 

 

 

 

 

 

 

 

 

 

 

아직도 기억난다.. 호텔이 진짜 이런 동네에 있었음. 그러니까 못찾을수밖에. 당시에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러샤에서 인터넷 하기도 힘들어서 지도 뽑아서 가는데 진짜 호텔 못찾았음 길바닥에서 나앉을뻔 했다. 이때 약간 트라우마가 생겨서 이후로 여행다닐땐 숙소를 제일 신중하게 고르고 꼼꼼하게 확인한다.

 

 

 

 

 

 

 

 

 

 

 

 

 

 

 

 

이 버스 사진이 이 날의 마지막 사진.. 이후로는 버스보고 멘붕오고 길도 못찾아서 카메라고 뭐고 없었다. 아무튼.. 이날 허접한 지도덕분에 이상한 허허벌판 들어갔다가 중국 부랑자들 보고 무서워서 공포심에 정신을 잃었다. 트렁크가 너무 무거워서 걍 수풀에 숨겨놓고 우선 호텔부터 찾자는 심정으로 수풀에 대충 덮어둔 후 아파트 촌 돌아다니기 시작. 사람도 없는데 그나마 있는 사람들한테 손짓 발짓해서 물어봐도 이런 호텔 없다고함.. 나중에 알고보니 정식 호텔도 아니고 모스크바대학 기숙사 한 층을 호텔로 바꾼거였음.. 울면서 걷는데 조깅하는 모스크바 대학 유학생의 도움으로 호텔 찾고.. 밤 열두시에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직도 기억나네. 다시가면 잘 찾을수 있을까. 그때 내가 수풀에 숨겨놨던 짐 훔쳐갔던 사람들은 뭐하고 살고있을까. 궁금하네.

 

 

 

암튼 겉절이 번외편 쌍뜨에서 모스크바 기차이동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