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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칼럼] 도라에몽은 울지 않는다 (한국일보)

멜로마니 2016. 4. 21. 21:48



칼럼 읽기 : http://www.hankookilbo.com/v/8afae296166f4417b9ded574e7cb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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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엄마, 아빠들이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국회로 보내기 위해 도라에몽 등의 인형탈을 쓰고 선거운동 하는 사진이 선거 후 공개됐다. ‘헬조선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이라고 적힌 피켓 앞에서 도라에몽이 춤을 춘다. 혹여 표를 잃을까,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사실도 알리지 않고,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온몸이 땀에 젖도록 길거리에 서서 춤을 춘다. 우리가 서늘하게 희망을 경멸할 때, 세월호의 부모들이 희망을 말하는 통탄할 역설. 낙선할 경우 세월호의 운동 에너지가 꺾일 수 있다며 출마를 고민하던 박 당선자에게 세월호의 부모들은 말했다. “괜찮다. 우리는 맨날 지는 사람들인데….” ‘맨날 지는 사람들’이 도라에몽이 되어 흘린 것은 땀이었을까, 눈물이었을까. 그리스 비극의 파토스마저 남루해지는 도라에몽의 춤 앞에서 감히 희망을 모욕한 내 죄를 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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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크기는 작고, 환멸의 크기는 거대하다는 데 생의 비극이 있다. 1㎜의 크기로만 오는 희망. 하지만 희망을 결정하는 것은 크기가 아니라 방향이다. 희망의 나라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세월호를 향해 뱃머리를 돌리는 것. 세월호가 우리의 가난과 곤궁을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를 거치지 않고는 국가와 나의 신뢰 계약을 갱신할 수 없다. 진실이 이길 수도 있다는 경험, 1㎜의 희망이라도 흩날리지 않고 모아지는 기적. 그것이 가능한 최적의 장소가 세월호다.

도라에몽은 그저 울고 있지 않았다. 희망이라는 더럽혀진 단어는 춤추는 도라에몽 덕분에 마침내 구원됐다. 이제는 우리가 도라에몽에게 답할 차례다. 20대 국회는 세월호특별법 개정안부터 처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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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울어버렸다. 너무나 멋진 글이다.


이번 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분들이 힘을 모아 하루빨리 세월호 특별법 개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