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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리뷰] SBS 특집프로그램 '최후의 권력(7인의 빅맨 1,2부)' - 2013.11.16-11.17

멜로마니 2013. 12. 22. 10:46




최후의 권력 1,2부 (7인의 빅맨) │ SBS 특집 프로그램 │ 극본 이윤정 책임 프로듀서 박기홍 프로듀서 장경수.이경홍,최정호



너무나 보고싶었던 다큐.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꺼려졌던 다큐. 그게 나에겐 '최후의 권력'이었다. 총 5부작으로 구성된 최후의 권력은 이시대 '권력'이 무엇인지, 그리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를 묻는 다큐멘터리다. 5부작 안에 우리나라 정치 현실, 주목받지 못했던 다양한 국가들의 정치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어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준다. 이 중 1,2부는 연작으로 '7인의 빅맨'이란 테마 아래 극한의 상황에서 권력의 민낯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출연하는 7명의 인물은 모두 한국 정치에 꿈을 둔 여야 의원들이다. 어쩌면 난 평상시엔 보기 힘들었던 여야가 함께하는 모습 때문에 1,2부를 보는게 더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증오하는 새누리당의 의원들이 3명이나 나오기 때문에 더 보는게 힘들었다.






1,2부의 주요 골격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정치 현주소를 보여주는 7명 - 정봉주(민주당 전의원), 천호선(정의당 당대표) ,금태섭(새정치 추진위원회 대변인) ,정은혜(민주당 부대변인) ,손수조(새누리당 위원장), 차명진(새누리당 전의원) ,박형준(새누리당 전의원) - 이 모여 조지아의 코카서스 산맥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들은 7박8일간 등산 미션과 생존에 성공해야만 한다. 여기서 중요한건 '빅맨'의 역할이다. 매일 투표를 통해 뽑히는 '빅맨'은 사람들을 통솔하고 임무를 완수해야만 한다. 빅맨을 한 다음날엔 팀원들의 가혹한 평가의 시간이 기다리기 때문에 빅맨의 책임감은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정치 성향도, 성격도 제각각인 7명의 국회의원이 어떻게 7박 8일을 함께할 수 있을까. 내가 제일 걱정했던 건 그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살기 위해, 먹기 위해, 자기 위해 하루하루를 이겨내야하는 그들에겐 '국회의원'이란 이름표는 없었다. 그래서 프로그램 '7인의 빅맨'은 생존이 걸린 아주 기본적인 상황에서 인간들은 어떻게 결정하고 어떻게 리더를 따르는지를 잘 보여준다. 다리가 없는 강을 건너거나 해가 지도록 목적지에 닿지 못했을때와 같은 간단한 상황 속에서도 빅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리고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켜주는 결정을 내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큐는 잘 보여준다.


거기에 더해 이 다큐의 백미는 각 인물들의 리더쉽을 살펴보는데 있다. 1일차 빅맨인 금태섭 변호사부터 마지막 빅맨인 천호선 당대표까지 총 5명의 빅맨이 팀원들을 이끈다. 매일매일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펼쳐지고 빅맨은 그마다 다른 해결책을 내놓는다. 평소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7명이 그때그때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 과정에서 말뿐인 정치가의 모습도, 권력을 나눈채 팀원을 존중하는 한 사람의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작은 과정들이 한 정치인의 리더쉽과 대처능력을 보여주는 계기이지 않을까. 결국 정치와 리더십은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는 것임을,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통찰력을 갖는 일임을 분명 알 수 있었다.


그래서 1,2부가 보여주는 원초적 '권력'의 모습은 우리에게 묻는다. 권력은 어디서부터 나오는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한 개인이 짊어지기엔 너무나 힘든 상황들 속에서 인간은 똘똘 뭉치게 된다. 그렇게 모인 인간은 서로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모으고 해법을 내놓을 누군가를 필요로하기 마련이다. 바로 거기서 사람들은 빅맨을 통해 권력을 부여한다. 그 권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리고 왜 주었는지를 모르고 떵떵거린다면 그는 이미 리더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권력을 준 구성원들로부터 시작하는 것,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다함께 같이 가는것, 그리고 '희망'이란 비전을 제시해 주는 것, 그게 '권력'의 아주 기본적인 역할이 아닐까 싶다. 2부 마지막에서 천호선 대표의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 '권력'은 소통할수록 커진다. 이 문장을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그리고 불통령 박근혜씨가 음미해보길 바란다.



* 관련 포스팅 - > 최후의 권력 4부 '금권천하' 리뷰 읽기 :  http://blog.daum.net/jooricomhaha/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