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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방송프로그램] 인간극장 '여보 내 손을 잡아요' (5부작. KBS. 2013.07.22-07.26)

멜로마니 2013. 8. 15. 16:07

 

 

 

 

인간극장 5부작 '여보 내 손을 잡아요' │ KBS │ 2013.07.22-07.26

 

 

 

지난 7월 22일부터 5부작으로 방영한 '여보 내 손을 잡아요.' 다 보고 나니 주인공 두 분이 이렇게 질문을 해오는 것 같았다. "당신은 언제 살아있음을 느끼나요?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 할 사람이 있나요? " 첫 질문엔 더없이 공감을 했고, 후자의 경우엔 행복한 두 분의 모습에 부러움이 일었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을 함께 할 누군가가 있음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 부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이런 행복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마라톤'이다.

 

인천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김효근씨는 아내 김미순씨와 매일 아침, 저녁 출퇴근길을 함께 달린다. 2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일 달리는 이 부부는 달릴때면 항상 손을 꼭 잡고 달린다. 그렇게 함께 마라톤을 시작한지 10년째. 둘이 함께 달리게 된 계기는 특별하다. 아내 김미순씨가 시력을 잃게되면서부터다. 출산 1년 뒤, 그녀는 의사에게 10년 후 시각장애인이 될거라는 선고를 받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시력을 잃게된 그녀는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의지를 준 것이 '마라톤'이다. 남편과 함께 시작한 마라톤은 시간과 함께 참여횟수가 차곡차곡 쌓여 사무실엔 마라톤 상패가 가득하다. 그런데 또 부부는 새로운 마라톤을 준비중이다. 바로 6박7일 울트라 마라톤이다. 전라남도 해남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150시간내에 622km를 달려야 하는 울트라마라톤은 부부에게 마지막 마라톤 관문이다. 그래서 5부작의 주된 내용은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앞둔 부부의 울트라 마라톤 이야기를 다룬다.

 

아내 김미순씨는 뛰는 순간 만큼은 아내, 엄마란 이름을 벗고 '아네스'라는 이름이 된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뛸 때만큼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순간을 만끽한다. 온몸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녀의 모습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아무나 느낄 순 없는 경험이다. 매일 마라톤 준비를 위해 2시간 이상을 뛰고 그랜드슬램을 꿈꾸는 그녀의 모습엔 오랜기간 쌓인 경험이 녹아있다. 마라톤을 통해 생기있는 삶을 찾은 그녀는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에너지를 준다. 자신과 맞는 어떤 경험을 하게될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또 삶 역시 새롭게 변한다는 것을 우린 아네스를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매일 일상속에서 일정 부분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시간을 장악할 수 있는 건 용기와 끈기가 필요하기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네스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을 찾았고 끈질기게 행동하여 스스로 원하는 것을 이루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고통과 어려움을 마라톤을 통해 이겨낸 셈이다. 5부 후반부, 나레이션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잘 담아낸다.

 

" 고통에 직면했을 때, 그 고통을 이겨내는 법은 단순하다.

깨지고 부딪히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

 

아네스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건 늘 함께 하는 남편 김효근씨 덕분이다. 둘은 언제나 함께 달린다. 두 손을 꼭 잡고 달린다.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하여 622km를 달릴때에도 김효근씨는 온몸으로 아내를 응원한다. 허리부상으로 안타깝게 끝까지 완주하지 못했지만, 아네스의 완주를 돕기위해 곁에서 끝까지 응원하고 힘을 실어준다. 그런 남편을 보며, 눈이 보이지 않는 아네스는 다른 팀원의 손을 잡고 또 뛴다. 울면서 뛰고 또 뛴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과 딸 그리고 모두의 응원으로 울트라 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 아쉽게도 두사람은 함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둘의 마라톤 이야기는 어떤 영화보다 감동적이고 살아있었다. 그게 영화와 우리 삶의 차이일 것이다. 결말이 약간은 아쉽더라도, 생각한것과는 많이 다를지라도 인생은 부족함에서 또 새로운 시작이 탄생한다. 그래서 필립보와 아네스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 길 위에서 달리는 순간을 보며 나 역시 뭉클함과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되었다. 고통과 어려움을 만날지라도 그것을 극복할 용기가 있다면, 그리고 극복해 낼 나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면 삶은 내방식때로 또 한 번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하게 해준 휴먼다큐였다.

 

두 분,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