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후기] 명계남의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
명계남의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연극을 보며 이렇게 떨렸던 적이 있었나.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 '명계남'. 그와 함께 호흡하는 2 시간..! 시작 전부터 무대위에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긴장을 푸는 그의 모습에서 인간적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시작된 연극. 아직도 기억한다. 인간 명계남에서 배우 명계남으로 변하는 순간을. 물 한모금 마신 명계남은 콘트라베이스 주자로 변신한다.
이 연극은 모노드라마다. 시립교향악단의 콘트라베이스 주자는 자신의 일과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콘트라베이스의 역사와 역할에 대해 기염을 토하듯 쏟아낸다. 처음엔 그런 그의 모습이 지루하고 답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극을 보고있으면 그게 그사람의 삶 전부이기에 그렇다는 걸 알게된다. 그는 평생을 콘트라베이스를 사랑하며, 온 일생을 그것을 위해 살아간다.
악기 콘트라베이스가 그가 사랑하는 대상 전부같아 보이지만 그렇진 않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메조소프라노 가수 '사라'를 욕망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존재조차 모른다. 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악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는 마치 계급사회같은 오케스트라속에서 존재감 없는 유령과 같다. 이렇게 있는듯 없는듯 살아가는 이 남자는 찌질하고 구구절절하게 관객들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게 클래식 이야기를 해대지만, 그 속엔 말한마디 제대로 못해보고 없는듯이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깔려있다.
그런 그가 연극 후반, 변화한다. 사라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위해 오케스트라 연주회 중 일을 저지르기로 한것. 그는 오케스트라에서 짤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볼것을 결심한다. 연극의 마지막, 그는 연주회장으로 떠나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며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그렇게 그는 행동하기 위해 떠나며 연극은 끝이난다. 그가 어떻게 되었을진 상상에 맡기자.
배우 명계남은 연극 내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혹시 이 콘트라베이스 주자처럼 의문없이, 분노없이 살고있진 않냐고 묻는다. 오케스트라라는 집단 속 존재감 없는 콘트라베이스 주자의 모습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드러나는 소시민적 인간의 모습이다. 이에 대해 명계남은 한국사회 속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실마리를 던져준다. 그리고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행동하기 위해 떠나는 마지막 부분에서 우린 힘을 얻게 된다.
'향수'로 유명한 독일작가 쥐스킨트의 원작이지만, 그는 전혀 이질감없이 콘트라베이스 주자를 연기해낸다. 대사 속 자연스럽게 섞여나오는 한국사회에 대한 그의 표현들에 귀기울여 보는것도 이 연극만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우린 2시간 동안 작은 무대에서 그가 들려주는 음악, 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자가 되어 세심하게 살피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그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게 명계남이 명배우일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은 연극, 제일 따뜻한 연극으로 기억될 것 같다. 연극의 시작 전과 끝난 후에도 관객과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배우와 코앞에서 호흡할 수 있는 '연극'만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해줬다. 특히 연극이 끝나고 명계남님이 쓰신 손글씨, 책등 다양한 선물들까지 주셔서 죄송하고 송구스러울 정도였다. 이것저것 한가득 선물까지 주시고, 한번 본 사람들은 티켓만 보여주고 또 보러오라고 말씀해주시는 그의 모습에서 따뜻함을 한아름 느꼈다. 그래서 연극 '콘트라베이스'는 명계남만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95년도에 그가 초연한 이 작품이 다시 2013년에 그만의 표현으로 새로워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인생, 나의 인생 속에서 마주했던 좌절들을 연극을 통해 나누고 치유했다는 생각이 든다. 명계남님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도서관에서 원작 빌려서 읽는 중 !
읽고 또 보러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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