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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방송프로그램] 인간극장 '내눈에 콩깍지' (5부작. KBS. 2011.12.26-12.30)

멜로마니 2013. 5. 21. 00:56

 

 

 

 

인간극장 5부작 '내눈에 콩깍지' │ KBS │ 2011.12.26-12.30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인간극장'이다. 평소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예능들을 즐겨보는 편도 아니어서 내가 보는 프로그램들은 한정되어있다. 그 중 '인간극장'은 단연 으뜸이다. 매주 소개되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꾸밈없이 담겨져있어, 볼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극장을 볼 때면 허공위에 붕 떠있는듯한 내 삶이 확실히 느껴진다 . 이야기 속 타인의 삶을 마주하면서 지금 내가 살아가는 건 뭔가 '척'만하고 포장된 생활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내눈에 콩깍지'편을 보고 더욱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여기에 날 흔들었던 이 두 사람의 행복한 이야기를 풀어내보려한다.

 

경기도 성남시, 국내 유일의 맞춤형 휠체어 회사엔 금동옥 사장, 김경자 경리가 있다. 사회복지사였던 경자씨는 일을 그만두고 남편의 회사에서 경리일을 하며 돕는다. 이 둘 사이엔 특별한 러브스토리가 있다. 여고생 시절, 경자씨는 국립 재활원 봉사에서 치한에게 시달리는 여성 구하려다 하반신 마비가 된 금동옥 청년을 보고 가출을 할 정도로 사랑에 빠진다. 그 후 각자의 인생을 살던 중 7년만에 다시 운명적으로 만나 결혼하여 정식 부부가 된다.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반신 마비이기 때문에 동옥씨가 경자씨에게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아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동옥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녀도 웬만한걸 다 혼자 해낸다. 장애인들에게 보다 편하고 몸에 딱 맞는 휠체어를 제작하는 일을 맡은것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그런 동옥씨 옆에서 용기를 주고 힘을 북돋아주는 일은 경자씨의 몫이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지만, 둘은 서로에게 감사하며 위하며 행복하게 산다. 집에서부터 회사까지,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둘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왔던 '사랑'이라는 의미를 새롭게 변화시켜주기까지 했다.

 

평소에 난 '사랑'을 욕망의 충족으로 봐왔다. 보통 사랑을 하게되면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나를 좋아했으면 하고, 날 생각해줬으면 하는 그 마음이 먼저가기 마련이다. 그게 이기심으로 커지고, 시간이 흐르면 왜 날 생각해주지 않는지 원망하고 서운하게 되면서 사랑이 변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가 본 동옥씨와 경자씨의 모습은 정반대였다. 정말 '사랑'이라는것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가없이, 결과를 생각하는것도 없이 그저 좋아서 사랑을 표현하고 다가서는것. 그저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감사히 여기고 하루하루 서로를 위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은 큰사랑의 모습이었다. 나보다 사랑의 대상을 먼저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진심을 다하는 모습에 내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사랑을 단순한 감정으로 여기고 그걸 욕망으로 받아들여왔던 내 모습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서 동옥씨와 경자씨, 이 두 분이 너무 고맙다. 차갑고 딱딱하게 식어버린 내 마음에 희망이란 물을 주신 것 같다. 진정한 사랑은 어떤 것도 내어줄 수 있는 준비가 되있다는 것,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잊고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온 힘을 쏟을 수 있는 것. 그게 사랑의 힘이고 인생의 아름다움이란 것을 새롭게 느꼈다. 그들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나 사랑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나에겐 엄두도 못 낼 어려운 일이지만, 나도 앞으로 그런 사랑이 다가온다면, 주저없이 동옥씨와 경자씨처럼 아낌없는 사랑을 하고싶다. '내사랑 콩깍지'편을 보며 느꼈던 뭉클함과 애틋함을 내 삶 속에서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두 분의 사랑이 허공에서 날갯짓만 하던 나를 땅으로 내려준 것만 같다.

 

두 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